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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단어 오역

      영어단어 오역(誤譯) 유감(有感)

      28 Jul, 2022

      필자에게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단어들 중 오역(誤譯)이 되었거나 자연스럽게 번역(飜譯)이 되지 않은 단어들을 고르라고 하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중에서 법률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immigrationcitizenship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약 35년 동안의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뿐만 아니라 훨씬 그 이전부터 많은 영어단어들이 일본학자들에 의해서 일본어로 번역된 후 다시 한국어로 재번역이 되었는데 해방이후에도 이렇게 일본학자들에 의해서 번역된 단어들이 우리 학자들에 의한 독자적 고찰(考察)과 검증(檢證)을 거치지 못한 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어진 것 같습니다.

      먼저, 영한사전을 보면 ‘immigration’을 이민(移民)으로 정의(定義)하고 있으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민을 간다’ 고 하거나 ‘이민자(移民者)’, ‘해외이민(海外移民)’ 등의 단어들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은 주지(周知)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자를 꼼꼼히 살펴 보면 이민의 ‘이(移)’는 옮긴다는 뜻이며 ‘민(民)’은 백성을 뜻함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이민(移民)’이라는 단어는 일반 백성들의 시각이 철저히 배제(排除)된 채 지극히 국정을 운영하는 관(官)의 시각과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번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한국인들이 최초로 미국에 이주했다고 알려진1902년의 미국 하와이로의 이주(移住)도 연이은 흉년(凶年)으로 인해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당시 대한제국(大韓帝國)의 백성들을 가엽게 여긴 주한 미국공사 알렌(Horace Newton Allen)이 고종황제에게 이들을 위해서 해외이주에 대해서 건의를 한 후 이를 고종황제가 윤허(允許)함으로써 가능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제국은 이 때 최초로 유민원(綏民院)이라는 정부기관을 설립하여 해외이주민들을 위한 여권을 공식적으로 발급하였습니다. 이후 1903년부터 1907년에 이르기까지 우리조상들의 하와이 이주는 꾸준히 늘어서 약 65회에 걸쳐서 7천명 이상이 삶의 터를 옮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1882년에 조선과 미국이 맺은 조미수호조약(朝美修好條約)이 체결(締結)되기 훨씬 전부터 당시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 무역활동을 하던 인삼장수들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진출을 했다거나 1902년 이전에 개인적으로 하와이로 이주를 한 이들도 있다는 기록이 있으나 본격적인 해외이주는 대한제국의 관리들의 주도하에 실행된 집단이주가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어 ‘immigration’이라는 단어의 우리말 번역은 개인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모국을 떠나서 타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주(移住)’가 아닌 국가기관의 정책에 따라서 자국민을 타국으로 이주시키는 ‘이민(移民)’으로 작의적(作意的)으로 번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의 ‘citizenship’도 한영사전을 찾아보면 ‘시민권(市民權)’이라고 번역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話者) 중 누구도 자신을 다른 나라사람에게 소개할 때 “저는 한국시민권자입니다”라고 소개하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외국어의 번역의 기본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이에 부합(符合)하는 단어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할 수 있도록 해당 외국어 단어를 번역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률문서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시민권(市民權)’이라는 단어가 영한사전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 여러가지 가설(假說)이 있겠으나 필자의 견해로는 조선말(末)에 이뤄진 영한성경의 번역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학자마다 저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885년에 아펜젤러(Henry Appenzeller)와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가 개신교(改新敎) 선교를 위해서 조선으로 입국하기 전, 이미 조선에는 중국어로 된 성경의 일부를 우리글로 번역한 성경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188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에서는 영국성서공회(BFBS, The British and Foreign Bible Society)와 스코틀랜드 성서공회(NBSS, The National Bible Society of Scotland) 등의 지원하에 성경번역에 대한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 중 사도행전 22장 26장을 보면 영어원문이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When the centurion heard this, he went to the commander and reported it. “What are you going to do?” he asked. “This man is a Roman citizen.” “백부장이 듣고 가서 천부장에게 전하여 이르되 어찌하려 하느냐 이는 로마 시민이라 하니”.

      또한, 빌립보서 3장20절의 영어원문이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But our citizenship is in heaven. And we eagerly await a Savior from there, the Lord Jesus Christ”(New International Version)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市民權)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재미있는 점은 이에 대해서 일본어 성경은 아래와 같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されど我らの國籍は天に在り、我らは主イエス・キリストの救主として其の處より來りたまふを待つ。“ 즉, ‘citizenship’을 일본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국적(國籍)”이라는단어로 제대로 번역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말의 경우에는 영어성경을 처음 번역을 할때 ‘citizen’을 국가의 ‘백성(百姓)’이나 ‘국민(國民)’으로 자연스럽게 번역하지 못하고 문자그대로 city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시민(市民)’이라고 오역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오역한 단어들이 오랜 시간 계속 사용되다가 이후에는 그 오역이 더욱 발전(?)되어서 ‘미국시민권자’니 ‘캐나다시민권자’라는 부자연스러운 단어들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가지게 되는 권한과 의무를 갖게 되는 ‘국민’이나 ‘국적자’라는 단어와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른 즉, 마치 특정 국가의(특히 강대국의) 권리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시민권자’라는 단어의 사용은 반드시 지양(止揚)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외국어 단어들을 정리한 후 그 단어들의 유래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후 우리말과 글에 맞는 번역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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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칼럼의 내용은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정보제공이 목적이며 법률적 자문이 아님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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